스포츠클라이밍 멀티피치 클라이밍 알아보기!
멀티피치 클라이밍이란?
멀티피치 클라이밍(Multi-pitch Climbing)은 암벽 등반 중에서도 가장 짜릿하고 도전적인 형태입니다. 한 번의 로프 길이로 끝나는 일반적인 싱글피치 등반과 달리, 여러 구간으로 나뉜 긴 루트를 단계별로 올라가는 방식입니다.
각 구간을 **‘피치(Pitch)’**라고 부르며, 한 피치는 보통 30~60m 정도의 길이를 가집니다. 이러한 피치들이 여러 개 이어져 하나의 거대한 루트를 이루기 때문에, 등반 전체 길이는 수백 미터에 이르기도 합니다.
멀티피치는 단순히 암벽을 오르는 기술뿐만 아니라 팀워크, 계획력, 체력, 집중력이 모두 필요한 종합적인 클라이밍 형태입니다.
멀티피치의 진행 과정
멀티피치 등반은 다음과 같은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 접근(Approach)
루트의 시작점까지 산길을 따라 이동하며 장비를 준비합니다. - 첫 번째 피치(Lead Climb)
리드 클라이머가 첫 구간을 올라가면서 확보물을 설치하고, 피치가 끝나는 지점에서 **확보 지점(벨레이 스테이션)**을 만듭니다. - 확보 교대(Changeover)
리더가 확보를 준비하고, 두 번째 클라이머가 로프를 따라 올라옵니다. - 다음 피치로 이동
두 사람 모두 확보 지점에 도착하면, 장비를 정리하고 다음 피치를 이어갑니다. 피치마다 리더를 교대하기도 합니다. - 하강(Descent)
정상에 도착한 후에는 하산로를 걸어 내려오거나, 로프를 이용해 **래펠(Rappel)**로 하강합니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며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멀티피치 클라이밍의 기본 구조입니다.
필요한 장비
멀티피치 클라이밍에는 싱글피치보다 더 많은 장비가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장비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중 로프(더블 로프) 또는 트윈 로프 시스템
긴 래펠을 하거나 복잡한 루트에서 로프 관리가 용이합니다. - 클라이밍 하네스와 헬멧
낙석이나 추락에 대비한 기본 안전장비입니다. - 벨레이 디바이스(확보기구)
위에서 확보할 수 있는 다기능 모델(예: Reverso, ATC-Guide)이 주로 사용됩니다. - 캠, 너트, 퀵드로우, 슬링 등 확보물
리드 클라이머가 오르는 동안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합니다. - 확보용 카라비너, 코드렛, 웹빙 등
견고한 앵커(확보지점)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 개인 안전줄(PAS)
확보지점에 자신을 고정할 때 필수입니다. - 헤드램프, 물, 간단한 간식
긴 등반에서는 체력 유지와 야간 대비가 중요합니다.
의사소통과 팀워크
멀티피치 클라이밍에서는 두 사람이 멀리 떨어져 있거나 시야가 가려질 수 있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합니다. 바람이나 지형 때문에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는 미리 약속된 신호를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 “오프 벨레이!” – 리더가 확보지점에 도착했을 때 사용합니다.
- “벨레이 온!” – 세컨이 등반을 시작해도 된다는 신호입니다.
- 로프 당기기 신호 – 세 번의 당김은 “올라와도 돼”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서로에 대한 신뢰와 협력이 등반의 안전을 결정합니다.
필수 기술
멀티피치를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술이 필요합니다.
- 앵커 설치 기술 – 바위의 균열이나 돌출부를 이용해 확고한 확보지점을 만드는 능력
- 상단 확보 기술 – 파트너가 올라올 때 로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며 확보하는 방법
- 래펠(하강) 기술 – 긴 거리의 하강을 안전하게 진행하는 능력
- 루트 파인딩 – 정확한 등반 경로를 찾아가는 판단력
- 시간 관리 – 해가 지기 전에 완료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진행
숙련된 클라이머일수록 로프를 정리하는 속도, 장비 교환의 효율, 동선 관리 등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세계의 대표적인 멀티피치 루트
- 엘 캐피탄 ‘더 노즈(The Nose)’ – 미국 요세미티
약 900m 높이의 세계적인 빅월 루트입니다. - 천성산 ‘라이온하트’ – 대한민국 양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멀티피치 루트 중 하나로, 난이도와 풍경 모두 훌륭합니다. - 카신 루트(Cassin Route) – 스위스 피츠 바딜레
800m 이상 이어지는 고전적인 알파인 루트입니다. - 캐시드럴 피크(Cathedral Peak) – 미국 캘리포니아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의 루트입니다. - 엘 포트레로 치코(El Potrero Chico) – 멕시코
석회암 절벽 위로 700m 가까이 이어지는 장대한 루트로 유명합니다.
위험 요소와 대처
멀티피치는 자연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여러 위험이 따릅니다.
- 기상 변화 – 비, 바람, 번개 등 예기치 못한 날씨 변화에 대비해야 합니다.
- 피로와 탈수 – 긴 등반에서는 체력과 수분 관리가 필수입니다.
- 로프 엉킴 – 로프가 꼬이거나 걸리면 진행이 지연되거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낙석 및 장비 추락 – 항상 헬멧을 착용하고 장비를 안전하게 고정해야 합니다.
- 하강의 복잡성 – 여러 피치를 오른 후에는 하산 경로가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숙련된 클라이머들은 철저한 사전 계획, 날씨 확인, 비상 장비 준비, 침착한 판단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멀티피치의 매력
멀티피치 클라이밍의 가장 큰 매력은 하나의 여정이라는 점입니다.
단순한 등반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한 걸음씩 정상에 다가가는 과정이 주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수백 미터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의 고요함과 자유로움은 오직 경험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신뢰, 협동심, 집중력, 자연과의 일체감은 다른 어떤 스포츠에서도 얻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마무리
멀티피치 클라이밍은 기술과 체력, 그리고 사람 사이의 믿음이 조화를 이루는 모험입니다.
한 피치씩 올라가며 쌓아가는 경험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인생의 축소판과도 같습니다.
바위 위에서 배우는 인내, 계획, 책임, 그리고 파트너십의 가치는 등반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에 남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클라이머들이 오늘도 또 다른 루트를 향해, 한 피치씩 천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