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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엔 좀 망설였다. 예천이면 우리 집에서 세 시간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데, 거기까지 파크골프 하러 가냐고 남편이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모임 총무인 언니가 "거기 공인구장이고, 무료에, 강변이야"라고 세 마디 하니까 반 이상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결국 다섯 명이서 4월 중순 어느 화요일, 아침 일찍 차 두 대에 나눠 타고 출발했다.
그날 날씨가 참 묘했다. 출발할 때는 구름이 두껍게 깔려 있었고, 고속도로 타면서부터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길래 '오늘 망했다' 싶었다. 그런데 예천 쪽으로 내려가니까 언제 그랬냐는 듯 해가 쨍쨍 나는 거다. 경북 날씨가 원래 빨리 바뀐다더니, 우리가 딱 운이 좋았다. 도착했을 때는 15도쯤 됐나, 바람이 좀 불어서 겉옷 챙기길 잘했다 싶었다.

주차장 이용후기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갔더니 예천읍 왕신길 쪽으로 빠지면서 강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꽤 넓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차 80대 정도는 거뜬히 들어오는 규모라고 하더라. 화요일 오전인데도 이미 주차된 차가 절반은 됐다. '이 시골 구장이 이렇게 인기가 있나?' 싶어서 처음엔 좀 놀랐다.
들어가보니 협회 사무실도 있고, 클럽 보관함도 있고, 화장실도 깔끔하게 정비돼 있었다. 자동심장충격기까지 설치돼 있는 거 보고 우리 일행 중 제일 나이 많은 언니가 "야, 여기 제대로 된 데네"라고 했다. 그 말이 딱 맞다. 시설 보는 순간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
코스추천
우리 다섯 명 중에 구력이 가장 짧은 게 나라서, 언니들이 "A코스부터 가자, 거기 쉬운 거야"라고 했다. 근데 A코스도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평탄하고 직선 위주라고는 하는데, 군데군데 수로가 걸려 있고 둔덕이 자연스럽게 놓여 있어서 방심하면 바로 벌타다.
2번 홀에서 내가 그걸 몸으로 증명했다. 첫 샷을 너무 강하게 쳤더니 공이 수로 쪽으로 흘러가버린 거다. 옆에서 언니들이 배를 잡고 웃는 통에 나도 같이 웃었는데, 속으로는 '아이고, 이거 벌써부터'라며 좀 민망했다. 그래도 강변에서 불어오는 바람 맞으면서 치니까 기분이 워낙 좋아서, 스코어가 좀 망가져도 크게 억울하지 않았다.
C·D코스로 넘어가니까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페어웨이가 좁아지고, 장애물 배치가 달라지고, 비거리도 더 요구됐다. 우리 중에 제일 고수인 큰언니가 "여기는 진짜 머리 써야 해"라고 하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코스를 읽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또 웃음이 터졌다.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좋은 점만 있으면 거짓말이겠지. 평일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다. 어떤 홀에서는 앞 팀을 한참 기다려야 했다. 주말이면 오죽할까 싶었다. 구장 측에서 예약제를 운영하고는 있는데,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주말 예약은 3일 전에도 자리가 없을 수 있다고 들었다. 이 부분은 미리 체크하고 가야 한다.
그리고 근처에 점심 먹을 식당이 딱 정해진 곳이 없어서, 우리는 30분 정도 차로 이동해서 예천읍내에서 밥을 먹었다. 구장 바로 옆에 뭔가 있으면 더 편할 텐데, 그건 아쉬웠다. 3구장이 2026년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고 하니, 나중에 더 인프라가 좋아지길 기대해본다.
이용정보 및 예약하기
| 구장명 | 예천 한천파크골프장 |
| 위치 | 경상북도 예천군 예천읍 왕신길 일대 (한천변) |
| 규모 | 총 54홀 (1구장 18홀 + 2구장 18홀 + 3구장 18홀) ※ 3구장은 2026년 4월부터 본격 운영 |
| 공인 등급 | 대한파크골프협회 공인 제21호 (2023년 취득) |
| 이용 요금 | 무료 ※ 예천군 통합 스포츠 예약 포털에서 사전 예약 필수 (이용일 3일 전까지) |
| 코스 특징 | A코스: 평탄·직선 위주 (입문자 적합) C·D코스: 좁은 페어웨이·장애물·긴 비거리 요구 (중상급자) |
| 부대시설 | 주차장 약 80대, 협회 사무실, 클럽 사무실, 화장실, 음료대, 자동심장충격기, 야간 조명 |
| 야간 라운드 | 가능 (야간 조명 시설 설치) ※ 야간 운영 여부는 방문 전 사무실 확인 권장 |
| 주요 대회 | 예천 회룡포&판테온배 전국대회, 경북 지도자대회 등 연 6~7회 대규모 대회 개최 |
| 참고 사항 | 주말 예약 경쟁 매우 치열 — 평일 방문 권장 읍내 식당은 구장에서 차로 15~30분 거리 |

멀어도 한 번은 꼭 가볼 만하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섯 명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 있다. "여기 또 와야 하는데, 어떻게 예약 잡지?" 그게 이 구장에 대한 가장 솔직한 평이다. 무료이면서 이 정도 수준의 코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전국에 많지 않다. 강변 풍경, 잔디 관리 상태, 시설 수준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었다.
다만 예약은 정말 서둘러야 한다. 우리도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으니, 주말에 가려면 3일 전보다 훨씬 일찍 포털 들어가서 자리를 잡아야 할 것 같다. 예천 읍내 들러서 밥도 먹고, 회룡포 같은 명소도 묶어서 보면 반나절 짜리 파크골프 원정치고는 알차게 꽉 찬 하루가 된다. 나처럼 멀다고 주저하는 분들, 한 번만 눈 딱 감고 가보면 후회 없다고 장담한다.
다음엔 3구장도 열린다고 하니, 기회 되면 54홀 정복에 도전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