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툴링(Dry Tooling)이란 무엇인가?
드라이툴링(Dry Tooling)은 암벽 등반과 빙벽 등반의 기술을 결합한 형태의 클라이밍 종목입니다.
기본적으로 클라이머는 손으로 홀드를 잡는 대신 피켈(Ice Axe, 아이스 툴) 과 크램폰(Crampon, 아이젠) 을 이용해 바위를 오릅니다.
‘Dry’라는 말은 ‘얼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즉 얼음 없이 바위나 인공벽을 등반하는 아이스클라이밍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겨울철 빙벽 등반 훈련용 기술로 시작되었으나, 점차 독립된 스포츠 종목으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유럽과 캐나다, 러시아 등에서는 국제대회가 열리며, UIAA(국제산악연맹) 주관의 공식 경기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드라이툴링의 역사
드라이툴링은 1970~1980년대 유럽 알프스에서 아이스클라이머들이 얼음이 녹은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 피켈로 바위를 찍어 오르던 데서 유래했습니다.
처음에는 순수한 빙벽 등반 중의 ‘혼합등반(Mixed Climbing)’ 기술로 사용되었지만, 점차 얼음 없이 바위만 오르는 형태로 발전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 장비 기술이 발달하고, 클라이밍 전용 인공 구조물이 생기면서 드라이툴링은 독자적인 종목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후 UIAA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 포함되면서 세계적인 경쟁 종목으로 성장했습니다.
드라이툴링 장비 구성
드라이툴링은 손과 발이 아닌 전용 도구를 사용하는 점이 일반 스포츠클라이밍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따라서 장비 구성은 안전성과 정밀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 아이스툴(Ice Tool)
- 손에 쥐는 피켈 형태의 금속 도구로, 끝이 날카로운 곡선의 블레이드가 달려 있습니다.
- 일반적인 아이스클라이밍용보다 짧고 가볍게 설계되어 있으며, 인공홀드나 바위 틈에 걸기 쉽도록 블레이드 각도가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손잡이에는 고무 코팅과 걸쇠가 있어 미끄럼을 방지합니다.
2. 크램폰(Crampon)
- 신발 밑창에 부착하는 금속 스파이크 장치로, 바위 표면을 찍거나 걸 수 있습니다.
- 드라이툴링용은 전방 돌기(프론트 포인트) 가 길고 예리하며, 일반 빙벽용보다 경량화되어 있습니다.
3. 하네스(Harness)
- 몸과 로프를 연결하는 장비입니다. 리드클라이밍과 마찬가지로 퀵드로(Quickdraw)와 로프를 이용해 보호 장비에 걸며 오릅니다.
4. 헬멧(Helmet)
- 바위나 금속 파편 낙하에 대비한 필수 장비입니다.
5. 로프와 보호장비
- 리드 방식으로 등반하므로, 확보자는 하단에서 로프를 관리하며 추락을 방지합니다.
- 퀵드로, 볼트, 앵커, 카라비너 등이 함께 사용됩니다.
드라이툴링의 경기 규칙 및 환경
드라이툴링 경기는 일반 스포츠클라이밍처럼 리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클라이머는 제한 시간 내에 정해진 루트를 등반해야 하며, 가능한 한 높은 지점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 루트 형태: 인공암벽, 천정(오버행), 혹은 얼음 블록과 혼합된 구조물 등에서 이루어집니다.
- 홀드 종류: 금속 링, 구멍, 걸쇠형 홀드 등 피켈이 걸릴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됩니다.
- 감점 요소: 피켈이나 아이젠이 홀드 밖으로 미끄러지거나, 발이 떨어지는 경우 감점됩니다.
- 채점 방식: 최고 지점(Top Hold)을 잡거나 걸었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습니다.
국제대회에서는 난이도(Lead) 경기, 속도(Speed) 경기, 혼합(Mixed) 경기 등이 열립니다.
드라이툴링 기술 요소
드라이툴링은 단순히 팔힘으로 찍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정확한 균형, 섬세한 피켈 제어, 다리 근육의 활용이 모두 중요합니다.
1. 훅킹(Hooking)
피켈의 끝을 바위 틈이나 인공홀드의 구멍에 걸어 체중을 싣는 기술입니다.
- 스테인 훅(Stein Hook): 피켈을 거꾸로 걸어 반대 방향의 힘으로 고정시키는 고급 기술입니다.
- 언더훅(Under Hook): 피켈을 아래에서 위로 밀어 걸어 지탱합니다.
2. 킥(Kick)
크램폰의 앞부분을 벽면에 찍어 안정된 발판을 확보하는 기술입니다.
정확하게 찍어야 미끄러지지 않으며, 다리 근육의 제어력이 요구됩니다.
3. 플래그잉(Flagging)
몸을 옆으로 벌려 균형을 잡는 동작으로, 암벽의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됩니다.
4. 스윙(Swing)
피켈을 살짝 흔들며 균형을 맞추는 기술로, 다음 홀드로 이동할 때 활용됩니다.
드라이툴링의 난이도와 위험 요소
드라이툴링은 장비 의존도가 높고, 바위나 인공 구조물에 금속 장비를 사용하는 만큼 부상 위험이 크고, 장비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피켈이 미끄러지거나 홀드가 깨지는 경우, 심각한 충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대회나 훈련 시에는 다음과 같은 안전 규칙이 철저히 지켜집니다.
- 피켈 블레이드는 둥근 형태로 가공되어 인공홀드를 손상시키지 않게 함
- 반드시 로프 확보 시스템과 확보자(Belayer) 동반
- 헬멧, 고글, 장갑 착용 의무
- 장비 점검(볼트, 홀드, 로프)은 경기 전 필수
이러한 안전 체계 덕분에, 현대의 드라이툴링은 고위험이지만 고정밀 스포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드라이툴링 명소
드라이툴링은 추운 지역이나 빙벽이 많은 나라에서 활발하게 발전했습니다.
대표적인 명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스위스 키앤탈(Kiental): 유럽 드라이툴링의 성지로 불릴 만큼 유명한 루트가 많습니다.
- 프랑스 샤모니(Chamonix): 알프스 근처에서 빙벽과 드라이툴링이 혼합된 코스 다수 존재.
- 캐나다 캘거리 지역: 대형 인공 구조물이 설치되어 국제대회가 자주 열립니다.
- 한국 청송 얼음골: 매년 UIAA 월드컵이 열리며,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명소입니다.
특히 한국은 겨울철 아이스클라이밍과 드라이툴링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가 중 하나로 평가받습니다.
드라이툴링과 아이스클라이밍의 차이
구분 드라이툴링(Dry Tooling) 아이스클라이밍(Ice Climbing)
환경 | 얼음 없이 바위나 인공벽 등반 | 얼음벽, 폭포 등 얼음 지형 등반 |
도구 | 피켈, 아이젠 | 피켈, 아이젠(비슷하지만 더 뾰족함) |
장소 | 실내/야외 인공벽, 절벽 | 겨울 산악지대, 빙폭 |
경기형태 | 리드, 스피드, 혼합 | 리드, 스피드 중심 |
위험요소 | 금속 충돌, 홀드 파손 | 얼음 붕괴, 미끄러짐 |
드라이툴링은 얼음이 없어도 클라이밍 기술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시즌 훈련용 종목으로도 많이 활용됩니다.
드라이툴링의 매력
드라이툴링은 단순히 위험한 스포츠가 아니라, 체력·기술·집중력의 완벽한 조화를 요구하는 고난도 스포츠입니다.
- 극한의 정밀성: 피켈 끝 한 점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함
- 정신력 강화: 흔들림과 불안정 속에서도 침착함 유지
- 전신 운동: 팔, 어깨, 복부, 하체 모두를 사용하는 전신 스포츠
- 기술적 창의성: 홀드의 형태에 따라 자신만의 루트를 만들어야 함
그래서 드라이툴링은 **‘클라이밍의 예술’**이라고도 불립니다.
결론: 쇠끝 하나로 버티는 집중의 예술
드라이툴링은 얼음이 없어도 얼음 위를 걷는 듯한 극도의 집중과 정밀함을 요구하는 스포츠입니다.
클라이머는 단 한 점의 금속 끝으로 몸 전체를 지탱하며, 체력뿐 아니라 심리적 균형까지 시험받습니다.
위험과 도전의 경계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드라이툴링은, 오늘날 스포츠클라이밍의 가장 진화된 형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